원문출처: 학원출신 취업, 면접 그리고 미래.. 초보프로그래머에게(남궁성의 초보코드스터디)
까페에서 이 글을 우연히 보게되면서 진정으로 느끼는 점이 참 많았다. 스스로 많은 생각과 반성을 하게 되었다.
과연 내가 프로그래밍을 배울 때, 그리고 학원을 수료하면서 다짐했던 나의 목표와 마음가짐이 지금과 같은지 스스로 나에게 질문해본다면 내 자신이 한없이 부끄럽게 느껴진다.
그동안 안일한 생각과 태도, 나 자신과 적당한 타협이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을 이렇게 만들어 놓은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되었다.
노력하고 또 노력해보자. 조금더 발전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말자
이 글은 제 고민을 쓰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 곳에 자주 올라 오는 학원출신분들의 고민 글을 보고 함께 한번 생각해보면 어떨까 해서 써봅니다.
저의 생각과 경험, 주장 혹은 충고가 항상 정답은 아닐겁니다. 그래도 현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글의 대상은,
비전공출신으로(전공이라도 학부시절 공부 열심히 안했던..) 취업을 위해 학원에 다니며 몇 개월 정도 수료한 대부분의 고민글을 올리시는 분들, 그리고 과거의 제가 되겠습니다.
간단한 소개를 하자면, 저도 비전공에 국비학원에서 배워서 시작한 사람입니다. 벌써 십여년전이네요. 참 다양한 분야를 오고가며 경험을 쌓고 지금은 작은 개발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1. 여러분의 위치 - 경쟁력
1) 시간 - 묵은지와 맛김치
대부분의 분들이 최소 6개월에서 12개월 정도 학원수료생인 상태로 구직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여러분이 천재가 아닐 확률이 99%이라는 것 입니다.
1%의 천재 혹은 재능인이라 할지라도 6개월만에 개발을 하기 위한 중요한 지식을 얻고 능숙함을 위한 경험을 가질 수는 없을 것이고요,
무엇보다 만약 그렇다면 고민글을 쓰고 있지 않았겠죠.
대학에서 4년을 배우고 현업에 나가서도 헤메이는게 일반입니다. 여러분은 남들 보다 4년 뒤쳐진 상태이지요.
그렇다면 나와 비슷한게 아닌가? 라고 착각하실 수 있습니다.
겉 보기에는 비슷해 보일거에요.
하지만 대부분의 학원에서 알고리즘 부터 자료구조, 그리고 어플리케이션 구조 등을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여러분은 이론적인 베이스가 제로에 가깝습니다. 공부 열심히 안한 컴공생들도 비슷하겠지요.
비슷한 업무를 수행할 때는 큰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약간의 문제 상황이 발생하면 해결점을 찾기 위한 방법 부터, 시간, 결과물까지 차이가 나타납니다.
김치도 잘 익는데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막 썰어만들어 급하게 발효시킨 맛김치도 김치는 김치지요.
그래도 차이가 납니다. 가격 부터, 김치고유의 깊은 맛 등등..
짧은 시간 동안 공부해서 내가 프로그래머라는 착각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맛김치가 될 뿐입니다.
2) 실력 - 알파벳과 문법
프로그램은 for, if, while, switch, class, interface, method, synchronized, thread, OOP, JSP, JSTL, HTML, CSS … 등등
수많은 여러 키워드들과 개념을 활용하여 만들지요. 이 정도는 다 학원에서 배우잖아요. 이해도 되고 책을 보며 수업을 들으며 포트폴리오도 만들었겠죠.
그래도 여러분의 실력은 0입니다.
영어문법 배운거에요. 문법 배우고 몇 문장 정도는 유창하게 말하겠지만 영어권 외국인들과 대화가 가능할까요?
3) 학벌 - 학벌은 학벌
한국사회에서 학벌은 사람의 역량을 평가할 때 여전히 큰 포션을 차지합니다.
저 역시 비전공자이긴 하지만 그래도 나름 괜찮은 대학에 입학했기 때문에 덕을 보긴 봤습니다.
어느정도 실력을 갖추고 나서 (입사이후) 역량만 제대로 보여준다면 생각 보다 학벌에 대한 신경은 안 쓰는 것 같습니다.
네, 여러분이 일단 입사를 했고 실력을 갖춘 이후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아마도, 여러분이 생각하는 실력 보다는 더 높은 기준을 갖고 실력이라 말하는 것이겠지요.
4) 취업과 보수 - 열정페이
요새 열정페이에 대한 이야기가 한창 불거져 나왔었죠.
말도 안되는 노동착취에 젊은 꿈들이 고사되어 가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소위 열정페이라도 받으며 일해야 할 것 같습니다.
위의 이야기 처럼, 경쟁력이 없어서요.
학벌이 낮아서? 배운 기간이 짧아서? 비전공자라?
아니요, 그냥 실력이 없어서에요.
여러분이라면 영어문법 한 두 권 몇 번 읽고 관용구 몇 문장 외운 사람에게 통역업무를 맡기시겠습니까?
그래도 마지못해 필요로 하다면 얼마에 쓰실건가요?
통역인이 ‘나는 실력이 없지만 그래도 내 귀한 시간을 쓰고 있잖아요!’ 라고 항의 하신다면 뭐라고 말씀하실건가요?
더 나은 대우를 받으려면 그만한 실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열정페이는 받아야 할 대우를 못 받을 때 써야 하는 표현입니다.
모든 부분을 일반화시키기는 어렵지만 어쩌면 여러분은 생각보다 나은 대우를 제시 받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나쁜 회사도 있지요 물론, 작은 페이로 고용해서 경력 부풀려서 ..블라블라.
나쁜 회사는 그냥 나쁜 회사입니다. 가지마세요.
당장 먹고 살아야 하니 피치못해 가야 한다면, 여러분의 역량이 그정도이기 때문입니다.
세상 탓 하지마세요. 수많은 선택지 중 결국은 여러분이 선택한 것일 뿐입니다.
공부를 해도 실력이 늘지 않는다면 프로그래머의 길을 접어야 합니다.
어쩌면 가장 합리적인 선택지 일지도 모릅니다. 인생에 있어서 6개월 1년, 그렇게 긴 시간은 아닙니다.
실력이 있는데도 기회가 없다?
글쎄요, 제가 보기에는 여러분의 착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력’이라는 추상적인 표현 때문일것 같군요.
여러분이 학원에서 제일 돋보이는 수강생일지도 모릅니다. 선생님들도 ‘넌 잘 될거야!’ 라며 독려하고요.
틀림없이 맞는 이야기 일거에요.
여러분은 영어문법과 기본 문장을 남들 보다 빠르게 배운 겁니다.
그게 다 입니다.
하지만 아마도 그 ‘성장 가능성’ 때문에 고용될 확률은 올라갈 겁니다.
2. 세상 앞에 초라해 보이는 나 - 무력감
위에서 너무 부정적인 이야기만 했지요.
그래도 현실을 부정하는 것 보다는 나을 것입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여러분의 경쟁력은 거의 0에 가까워요.
그렇다고 해서 가만히 있으면 더 무력해질 뿐입니다.
학원은 여러분의 인생을 책임져 주지 않아요.
취업알선을 위해 노력은 하지만 여러분의 미래까지 고려해서 추천하지는 않습니다.
여러분들 처럼 학원도 생존하기 위해, 즉 정부지원을 받기 위해 가시적인 취업률을 높히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스스로 더 노력해야 합니다.
만약 여러분이 6개월 과정을 수료했다면 다시 한번 뒤돌아 볼 시점입니다.
짧은 시간 동안 내가 이룬 성취가 무엇인지, 나의 적성에 맞는지…
신중하고 또 신중하게 생각해 볼 시점입니다.
당장 취업을 하고 생활고를 벗어 나기 위한 방편으로 삼기에는 프로그래밍 영역은 옳바른 선택이 아닌 것 같습니다.
적성이 정말 중요해 보입니다. 앞으로 10년, 20년의 삶을 계획 해야 하니까요.
더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6개월 고생한 것 만큼 노력하면 더 나은 인생을 찾을지도 모릅니다.
프로그래머로 취직했다가 1년 뒤에 결국은 물류도매업을 하며 훨씬 밝고 자신감 있는 삶을 살고 있는 친구도 있고요.
누가 그 친구를 비웃을까요? 프로그램 못해서 낙오했다? 자신의 갈 길을 잘 찾은 것 뿐입니다.
스스로에게 냉정해져야 합니다. 공부하는 걸 즐겨 하나요?
막힌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밤새 책을 찾아보고 구글링 하나요?
영어를 잘 못 해서 네이버 위주로 검색하시나요? 그렇다면 영어를 배워가며 더 나아갈 준비는 하고 계신가요?
더 늦고 더 짧게 배운 만큼 더 치열하게 노력하시나요?
취업을 위한 거짓말 보다 자신의 인생을 향한 거짓말이 더 나쁩니다.
위의 질문에 있어 스스로에게 당당하다면 어쩌면 적성에 맞는 일을 찾으셨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사실 6개월은 매우 짧은 기간이라 6개월만에 자신감 있게 프로그램을 대하지 못 할 수도 있습니다.
성취는 제각각이고 더 늦는다고 해서 적성에 맞지 않다고 단언 할 수도 없지요.
그렇다면 조금 더 배워보고 생각해 봐야 합니다.
방통대를 알아보세요.
사이버대학 말고요, 사이버대학은 생각보다 비쌉니다.
방통대는 한 학기 비용이 2~30만원 정도입니다.
4년이 됐든 10년이 됐든 목표를 갖고 도전해 보세요.
구직기간에 혼자 공부하거나 스터디 하는 것도 좋지만,
정규학위를 위한 노력도 좋은 가산점이 될 것입니다.
우리 회사에도 고졸에 28살의 나이로 8개월 간 학원에서 공부하다 온 직원이 있습니다.
굉장한 노력파이고요, 프로그래밍적인 재능도 겸비하고 있습니다.
올 초에 방통대를 권했더니 바로 등록해서 다니고 있습니다.
말이 다니는 것이지 하루 혹은 격일로 1~2시간씩 온라인 강의를 듣는 게 대부분입니다.
시험기간에는 어느정도 회사에서 시간적 배려를 해주려고 노력하는 부분도 있고요.
취직을 하게 되면 더 노력해야 하는 것도 현실입니다.
3. 포트폴리오와 자기소개서
포트폴리오도 중요하지요, 그리고 지금 상황에선 자기 소개서가 더 중요합니다..
냉정하게 이야기 해서 고졸(혹은 비전공)/상대적으로 많은 나이/고작 6개월 공부… 어필할 수 있는 내용이 별로 없어요.
짧은 기간 만들어 낼 수 있는 포트폴리오 수준도 큰 기대 안 하고요.
그럴 수록 자기 소개서가 중요합니다.
물론 괄목상대 할 정도로 실력이 일취월장해서 훌륭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당연히 프트폴리오를 어필해야죠.
여기서 훌륭함에 대한 눈높이도 고려해 보시고요.
제일 중요한건 실력이고 기술면접시 막힘없이 이야기 하는 부분이 제일 중요하죠.
이 부분이 핵심이지만 우선 면접 기회를 얻는 것 조차 쉽지 않으니 드리는 말씀입니다.
자기 소개서 성실하게 쓰세요!
형식적으로 되면 되고 안되면 말지하는 소개서는 한번에 티가 납니다.
그럴 바엔 지원도 하지 마세요.
스스로 난 싸구려입니다라고 보여주는 꼴입니다.
자기소개서를 쓸 때,
1) 살아온 배경 이런 부분은 너무 길지 않게 그리고 거짓되지 않게..자신감과 블러핑은 좀 다르죠.
여러분의 가족사에 큰 관심없습니다. 이쪽일로 전향하게 된 계기가 그리고 과거에 했었던 일 위주로 쓰세요.
과거에 무슨 일을 했는지 나열하기 보다는 실패담, 성공담(과장하지 말것)을 통해 무엇을 깨닫고 얻었는지를 표현하세요.
혹시라도 집안이 어려워서 꿈을 포기하고 취업을 위해 노력했다는 식의 이야기는 빼십시오. 여러분의 직업선택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집니다.
2) 내가 이쪽 일에 대한 열정과 관심이 얼마나 깊은지를 어필하세요.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되세요.
배운 기술들의 이름을 단순 나열하지 마세요. 나열하되 각 항목별로 스스로 이해한 바를 써 보세요. 분명히 관심있게 볼 겁니다.
어떤 분야를 더 공부하고 깊이 있게 배우고 싶은지를 곰곰히 생각하고 그 내용을 쓰세요.
밤 늦게 까지 공부하고 개발한 경험을 반드시 쓰세요. 그런적이 없다면 오늘 부터 그렇게 하세요.
오늘 부터 한다면 ‘며칠 전부터 XXX관련 기술에 빠져 밤낮이 없어졌습니다’ 라고 쓸 수 있잖아요?
회사가 야근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근면성과 책임감, 그리고 내 일에 대한 집중도와 열정을 어필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실력 없으면 야근으로라도 매꿔야죠.
그리고 적어도 2,3년 간은 실력을 인정받기 전까진 열정페이로라도 일하겠단 각오를 어필하세요.
열정페이란 단어는 금물입니다. 뉘앙스만 전달하세요.
어차피 여러분이 갈 수 있는 회사는 제한적이에요. 당장 눈 앞의 복지와 급여에 집중하지 마세요.
위의 모든 항목을 거짓말로 쓰지 마세요. 진짜가 될 때 까지 조금 더 노력한 후에 구직하세요.
3) 여러 군데 입사지원 하겠지만, 그래도 최소한 각각 회사의 이름을 언급하고 그 회사의 사업영역이 뭔지 정도는 알고
다짐이든 포부든 써보세요. 입사하고자 하는 곳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입니다.
딱 봐도 여러 군데 붙여 넣기한 내용의 소개서에 관심이나 갈까요.
4) 사진을 붙일 수 있다면 붙여서 제출하세요.
외모가 플러스 요인인 분들은 좀 더 좋은 인상을 줄거고, 외모가 마이너스인(저같은) 분들이라도 다른 소개서 보다는 더 진정성 있게 보입니다.
과한 포샵은 금물.
사족으로,
포트폴리오가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라,
여러분의 상황상 포트폴리오 보다는 자기소개서가 더 어필 할 수 있음을 이야기 하는 겁니다.
여러 학원출신분들의 구직용 포트폴리오를 보면 대동소이 할 뿐만 아니라
대체로 학원에서 배운 스타일 그대로이기 때문에 차별성이 별로 없어요.
심지어 학원에서 배운 개발스타일이 5~10년 정도 과거의 것인 경우가 허다합니다.
당장 써먹기 곤란할 때가 많아요.
4. 미래
참 냉랭하고 가슴 한쪽 어딘가 답답한 내용의 글이었지요.
여러분의 선택에 후회가 없고 몇 년 더 고생할 각오가 되어 있다면
그렇게 나쁜 미래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꽤나 노력하고 살아왔다고 생각합니다.
남들 보다 4년 늦었다는 생각에 처음 몇 년은 친구들도 만나지 않고 주말에는 공부만 했지요.
사교관계를 잃어가는 아픔도 있었지만 직업적으로는 더 나아져 왔다고 생각합니다.
작년에는 엘지전자연구소에서 정규직 특채를 권하더군요. 물론 거절 했지만 참 기분좋은 권유였습니다.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적어도 저는 노력한 만큼은 얻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다른 관점에서,
꼭 잘 나가는 엔지니어가 되어야만 할까요?
적당히 낮은 보수의 일이라도 하면서 살아가는 것도 나쁜건 아니잖아요?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 정해진 틀이라는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노력과 재능에 따라 더 심도 있는 일을 할 수도 있는 것이고,
그렇지 않은 일도 할 수 있는 것이지요.
누군가는 다소 쉽고 간단한 일도 해야 하겠죠.
어려운 길이라는 것,
남들보다 최소 4년은 늦게 시작했다는 것,
여러분의 경쟁력은 상당히 낮다는 것,
이 길 보다 나은 길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
그리고 가다 보면 좋은 기회가 올 수도 있다는 것도…
선택과 판단은 여러분의 몫입니다.
여러분 힘내세요!